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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판타지

<기사의 일기(Diary of a Knight)> by편곤

리디북스

작품 소개란에 간단히 쓰인 말처럼 말 그대로 어느 기사의 이야기다. 정확히는 기사이면서 영주이면서 기사단의 수장인 어느 중세시대의 귀족 이야기. 특이한 설정이라면 주인공이 신분을 숨기고 형제 행세를 하는 여자라는 점인데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리디북스 이벤트 리스트 중에 있길래 별 생각 없이 읽었다가 문체에 홀려 그 자리에서 전권을 결재했다. 이거 읽겠다고 포인트 2배 시기도 아니었는데 금액까지 충전함.. 읽기에 부담 없는 담담한 문체부터가 좋고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이며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진행이 좋았음ㅠ

 

일단 작가님이 소설을 쓰기 전에 자료조사를 얼마나 철저하게 했는지 조금만 읽어도 알 수 있는 소설이다. 흔히 갑옷이면 갑옷이지 그 갑옷의 세세한 부속품이며 어디부터 어떻게 덧대 입고 그게 무슨 역할을 하는 부품인지까지 알려주는 소설은 흔치 않다. 비단 갑옷의 입는 법뿐만이 아니고 마을이나 성의 묘사, 사람들의 사는 방식, 그 당시의 신분제도 등 읽다 보면 현실 고증에 엄청나게 신경 쓴 티가 난다. 그래서 가끔 읽다가 힘들 때도 있었다... 주인공이 중세의 기사라 평민보다 귀족의 목숨에 더 값어치를 둔다는 설정 같은 것... 그런 것... 주인공이 싫다거나 악인이라는 말은 아니다. 근래 읽어본 소설 중에 가장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성격 같다. 선인에 가까운데 마냥 선인은 아니고 전형적인 기사이면서 강자한테 강하고 잔인할 때는 잔인한 성격인 거 같다. 제 사람한테 퍼주는 걸 아까워하지 않지만 체벌에는 가차 없는 타입..?

 

고증이 아주 잘 되어있다고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판타지적인 요소가 아예 배제되어있지는 않다. 마법도 있고 몬스터도 있는 세계인데 그걸 위화감 없이 잘 녹아들게 설정했다. 전쟁이 없을 때 작은 영지의 잔잔한 일상과 전쟁시의 격렬한 전투 묘사를 굉장히 잘 쓰는 작가 같다. 영지 키우고 전투하고의 반복인 것 같지만 읽는 내내 지루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던걸 생각하면 그냥 작가님이 글을 잘 쓰시는 듯. 

 

연재 중인 거 기다리는 게 싫어서 연재 중인 건 안 건드리려고 했는데 요즘 건드리는 것마다 다 연재 중이라 큰일이다. 언제 완결나... 근데 완결 안 났으면 좋겠어... 읽다가 도중에 끊기는 게 싫어서 어서 완결 났으면 하는 마음과 재미있는 소설이 영원이 연재됐으면 하는 이 모순적인 마음... 완결까지 건필하시길. 주인공의 설정이 결말에 어떻게 풀릴지가 기대된다.

 

"사, 살려줄 거요?"
"귀족을 죽이는 것은 명예롭지 않으니까."
"그, 그렇지! 경은 명예로운 기사였지!"
"하지만 때리는 것은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