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하게 잘 만들었다.
완벽하게 잘 만든 영화지만 그래서 오히려 영화관을 나오면서 마음이 좋지 못했다. 굳이 설명하자면 기생충을 보고 나올 때 마음이랑 비슷했다 해야 하나...영화가 끝나자마자 든 생각은 '배우가 미친듯 연기를 잘하네.'였고 그다음으로 든 생각은 '캐붕과 캐해석을 동시에 해낸 듯' 이였다. 내가 생각하던 기존의 조커와는 완벽히 결을 달리 한 조커였는데, 얘는 조커라 할 수 없지 않나? 하는 생각과 또 다른 조커의 탄생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영화 조커는 조커가 악당 조커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는 긴 러닝타임내내 조커가 악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과정을 설득하고, 배우의 연기력과 연출, 스토리들이 뭐하나 빠짐없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 부분이 고역임ㅠㅠ 내가 조커라 생각했던 조커는 타락하는데 굳이 이유가 필요하지 않은 악당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접한 조커가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서라도 내 안에서의 조커는 완벽한 혼돈악이다. 악에서 태어난 것 같은 악당. 타락하는데 굳이 이유가 필요 없고, 이유를 찾으려고 해 봤자 농락이나 당하고 소득은 없을 것 같은... 내가ㅠㅠ 사랑한ㅠㅠ 조커 돌려줘ㅠㅠ 나한테 이런 설득력 있게 악당이 되어버린 조커를 줄 거라면 적어도 못 만든 영화를 들고 왔어야 했다. DC 망했다고 누가 그러냐. 왜 내 자아끼리 이렇게 싸움 나게 만드는 영화를 들고 와선 날 피곤하게 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타락한 조커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도대체 어디서 저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를 뽑아왔지? 눈동자가 유리알처럼 예쁘고 피폐할 때는 피폐한데 멀쩡할 때는 너무 훤칠하게 잘생겨 보이는 부분도 소름 끼친다. 그 기괴한... 몸동작은 둘째치고 그 연약해 보이는 몸으로 사람 죽이는 걸 보면서도 아무런 위화감도 안 느껴지는 게... 그 잔인함에 설득력을 주니 영화가 위험해 보인다. 특히 계단씬은 너무 잘 만든 나머지 보는 사람한테 '타락하는 게 이렇게 쉽고 재미있으니 너도 타락해라'하고 권유하는 것 같다. 제일 완벽하면서 거지 같은 부분. 이런 설정들로 사회의 단면을 꼬집는 연출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걸 조커에서 보게 될 줄은... 난 내 조커에서 악을 택한 이유 따위는 찾고 싶지 않았다.
조커가 별다른 능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악당들보다 악당 같아보였던 이유는 그 앞뒤 구분없는 또라이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호아킨의 조커가 그런 악이 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마지막의 병원씬이 호아킨의 조커는 의미 그대로의 조커일 뿐이라고 암시하는 점에서 그나마 위안이었다...
+ 이게 어떻게 청소년 관람가능인지 모르겠다. 폭력과 피가 이렇게 난무하는데? 심적으로 힘든 사람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 DC꺼라고 액션기대하고 갔다간 실망할 수 있다. 화려한 액션씬은 거의 없음.
"I thought my life was a tragedy, but it was a fucking com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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